요즘 아이들, 왜 수학 풀이 과정을 잘 정리하지 못할까요?(3)

아이들마다 생각하는 패턴이 다릅니다. 확실하게 양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확산형 패턴과 진행형 패턴으로 나뉩니다.확산형은 연상능력이 뛰어납니다. 대상을 보면 관련된 다른 대상들이나 사건에 대해 많은 것을 떠올립니다. 사소한 연결 고리만 있어도 쉽게 대상의 논리적 관계를 찾아냅니다. 이런 아이들은 수학적 상황에 관해서도 여러 상황을 발견한 후에 연관성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문제 접근이 상당히 느려보일 수 있습니다. 충분한 발견 이후에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풀이 과정은 논리적으로 정리되기 보다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풀이과정 없이 답만 덜렁 적혀있는 경우도 허다해서 답지나 다른 아이의 답을 배낀 것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같은 이유로 순서대로 계산하는 과정을 어려워하거나 답을 잘 틀리기도 합니다.진행형은 순서대로 생각하는 것을 잘합니다. 어떤 조건이 있다면 연결되는 다른 조건을 찾습니다. 따라서 상황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순서대로 계산하는데 능합니다. 반면에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상황을 충분히 관찰한 후에 단번에 정리하거나 흐트러져 있는 정보를 연결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확산형의 사고가 주를 이루는 아이라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충분히 관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고 과정이 논리정연해 보이지 않는다고 다그쳐서는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하기 십상입니다. 다만 확산형 사고의 결과물이 지금이든 어른이 되어서든 유용해지려면 정돈되어 표현되어야 하므로 논리적인 과정을 다시 재정돈하여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한편 사물간 연관성을 통해 대상을 조건화하고 개념화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도울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진행형의 사고가 주를 이루는 아이라면 조금만 도와주어도 쉽게 자신이 생각했던 과정을 잘 정리해냅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 해결을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자신이 만들어낸 방식에 이름을 붙인다면 무엇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지, 관련된 다른 문제와의 연관성은 어떤 것이 있을지 충분히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아이들은 양 유형 중 정확하게 어느 쪽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둘 다 인간이 사고하는 대표적인 방식이고 누구나 조금씩 양 유형의 사고를 활용합니다. 다만 타고난 기질에 따라 어느 쪽에 치우친 경우가 있어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함께 공부할 때 참고하시라고 적어봅니다.공부는 결국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지금 그 과정에 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성숙돠면 양쪽 유형의 사고를 모두 사용합니다. 당장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왜 우리 아이가 저런 식으로 할 수 밖에 없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시고 공감하며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여담입니다만 최근 소위 영재로서 선호되는 사고 유형은 둘 다 입니다. 영재성 평가의 대부분은 확산형 아이들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영재고나 과학고의 선발과정은 두 유형의 아이들 중 탁월한 아이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확산형 아이에게 생각하고 정리할 기회가 없어 성장하지 못한다면 여기저기 잡풀 자라는 모양새로 사고합니다. 진행형 아이라면 알려주는 것 말고는 새로운 생각을 하나도 하지 못합니다.서술형 문제가 중요해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때문입니다. 성적이 괜찮은 친구들도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도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